2012년 미국 대선 : 젊을 때는 정치 성향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현실화
젊을 때는 진보적이다가 나이가 들면 보수적으로 변한다는 오랜 격언을 수정할 때다. 젊을 때는 정치 성향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30대 미만 유권자층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트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에 비해 강력한 우세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대선후보 토론을 보기 위해 시간을 낸다는 뜻일까?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젊은 유권자층 다수는 대선후보 토론보다 드라마 재방송 시청에 관심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주말 퓨리서치센터는 일반적인 젊은 유권자층이 올해 대선과 정치에 놀라울 정도로 관심이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4년 전 대선에서 내건 ‘희망과 변화(Hope & Change)’라는 거품 낀 슬로건을 지지해줬던 열정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30대 미만 유권자층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4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올해 청년층 다수는 투표자격도 없다. 유권자로 등록했다고 확실히 밝힌 비율은 50%로 퓨리서치센터가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지난 16년래 역대 최저치다.
그렇다고 해서 롬니 후보가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층을 흡수한 것도 아니다. 4년 전 대선에서 맥케인 후보를 지지하는 30대 미만 후보 중 선거에 관심이 크다고 답한 비율은 75%였으나, 올해 30대 미만 롬니 후보 지지자 중 같은 답을 한 비율은 60% 수준이다.
위 수치를 보면 30대 미만 청년층이 정치와 점점 벽을 쌓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저성장으로 고통받고 있는 서유럽 국가와 유사한 현상이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다. 청년층 실업이 정치와 담을 쌓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16~24세 미국인의 실업률은 전체 인구 실업률에 비해 2배나 높았다. 청년 실업률은 약 17%이며 흑인 청년층 실업률은 28%다.
그래도 80%는 취업한 상태이기 때문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실업 때문이 아니라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취업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올해 노스이스턴대학 노동시장연구센터가 시행한 심층조사에서 25세 미만 대학졸업생 중 53% 이상이 학사나 석사학위에 걸맞지 않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장기간 실업상태이거나 자신의 능력에 못 미치는 일을 할 때 나타나는 부정적 영향은 상당하다. 오늘날 취직을 못했거나 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청년층 다수가 평생소득과 저축, 채무상환에서 뒤떨어지게 된다는 치명적인 결과도 빼놓을 수 없다. 일을 하면서도 허덕이는 세대가 된 것이다.
약 10년 전부터 서유럽은 저성장에서 시작된 하향길을 걸어왔으며 현재 미국에서도 유사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2%에 달하는 고질적 청년실업률로 고전해온 프랑스에서 이번 주 발생한 사건을 보면 앞으로 미국이 정치적으로 어떤 길을 걷게 될 것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 30대 창업가와 언론인, 랩퍼로 구성된 프랑스인 3명은 ‘탈주하라’ 캠페인(http://barrez-vo2.us/site/)을 시작했다. “경화된 늙은이들이 지배하는 프랑스를 떠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경화된 늙은이들이라고? 그게 과연 누구일까? 30대들에게 경화된 늙은이란 정치를 좌우하는 답답한 정치인들일 것이다. 탈주 캠페인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은 다양한 부채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긴박감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유로존 위기나 미국 부채위기에 대한 정치적 해결책이란 대부분 취업여부와 무관하게 35세 미만 연령대의 평생희생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위기가 재발하기 전에 걱정이 없는 저세상으로 가게 될 고연령층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정치인들을 구제하기 위해 물려받은 빚을 갚으며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나마 남아있는 2012년 청년유권자층 대부분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좌파 성향 유권자라는 말이 사실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들은 등록금 대출이자를 삭감해주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공약에 대해, 탈주 캠페인에 대해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이다.
무료나 다름없는 고등교육과 저성장이 맞물리면서 유럽은 교육수준이 높은 엄청난 규모의 청년 실업층을 떠안게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앞으로 4년간 저성장이 반복될 것이라는 기정사실을 고려해 본다면, 지금보다 많은 대학졸업생이 실업이나 불완전고용의 늪으로 빠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대학을 졸업해도 앞으로 40년 동안 아르바이트 인생으로 살아야 한다는 말이다.
미국민이 어떤 체제를 선택하든 자신은 괜찮을 것이라는 오바마 대통령의 태도에 놀랄 수 밖에 없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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