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완화 정책이란?
이현주 : 안녕하세요? 이현줍니다. <생생경제> 는 우리 생활 속 생생한 경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이규상 : 지난 며칠 사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벤 버냉키 의장의 말 한 마디로 전 세계 경제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미국의 중앙은행 격으로 남한으로 치면 한국은행, 북한으로 치면 조선중앙은행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버냉키 의장은 올해 말 쯤 미국이 양적 완화를 축소하겠다고 밝혀,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현주 : ‘양적완화'... 도대체 이게 무슨 암호 같은 소린가 하실 겁니다. 오늘 <생생경제>에서 이 암호를 해독해보겠습니다!
이현주 : 지난 19일, 밴 버냉키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말을 다시 한 번 반복해보면요. ‘재정악화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말부터 양적완화의 속도를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 였습니다. 버냉키 의장이 미국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내용인데요. 우선 이 양적완화라는 뜻을 풀어보죠.
이규상 : 우리 청취자들은 물론이고 요즘 경제 보도마다 이 말을 듣고 있는 남쪽 사람들에게도 좀 어려운 말입니다. 양적완화 - 양으로 시장을 좀 완화, 느슨하게 한다는 뜻인데 다시 말해 시중에 돈을 푼다, 중앙은행이 돈을 많이 찍어서 유통시킨다는 얘깁니다.
이현주 : 그러니까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라는 말은 시중에 푼 돈을 다시 거둬들이겠다... 이런 얘기가 되겠네요.
이규상 : 맞습니다. 지금 일본 정부도 돈을 많이 찍어내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국내 경기를 부양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는데요, 미국 정부도 비슷했습니다. 특히 이 발언을 한 밴 버냉키 의장은 양적 완화 정책으로 무려 2조 3천5백억 달러를 풀었습니다. 헬기에서 물 뿌리듯 돈을 뿌렸다 해서 별명도 헬리콥터 벤입니다. 양적 완화를 위해 미국 정부는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다시 사들이는 방법으로 시장에 달러를 풀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돈의 가치가 떨어져- 미국의 경우 달러의 가치죠. 미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수출이 늘어나게 됩니다. 또 이렇게 기업들의 수출이 늘어나면 기업만 좋은 게 아니라 일자리가 늘어나서 실업률이 낮아지고 사람들이 직장에서 받은 노임으로 시장에서 돈을 쓰니까 경기가 되살아 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양적완화 정책을 펴는 것입니다.
이현주 : 그런데 마냥 시장에 돈을 풀 수는 없잖아요? 한편에서는 위험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많은데요.
이규상 : 그렇죠. 시장에 돈이 많이 풀리면 당연히 물가가 오릅니다. 또 돈이 시장에 넘쳐서 가치가 떨어지면 수출은 잘 되겠지만 수입에 문제가 생깁니다. 수입품은 비싸지고 외국에서 원자재를 들여올 때도 돈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이현주 : 그렇군요. 근데 사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건 미국의 경제가 좀 나아졌다는 얘기가 아닙니까? 그럼 긍정적인 건데 오히려 버냉키 의장 발표 이후에 남한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주식이 폭락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규상 : 미국의 양적 완화는 주변국들에도 영향을 줬습니다. 돈이 많았던 호시절이 끝나고 돈을 거둬가는 상황이 닥치자 앞으로 시장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또 남한의 경우에는 남한에 들어와 있던 외국 자본 그러니까 달러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습니다. 양적완화 축소를 하게 되면 달러가 비싸지고 미국 은행의 금리도 올라갑니다. 투자자들은 남한에서 투자를 해서 이익을 얻더라도 달러로 따져보면 이익이 상대적으로 별 것이 아닌 게 되죠. 그러니까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미국으로 돈을 찾아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규상 :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바로 이것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자본시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이유인 것 같은데요. 남한의 비롯한 세계 경제를 위해서도 이번 양적완화 축소 결정이 좋은 결말, 즉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이규상 : 다음은 현장으로 나가봅니다.
이현주 : 앞에서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남쪽에 증시가 많이 떨어졌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증시가 떨어지면 환율 즉 돈대는 올라갑니다. 특히 양적 완화 축소 소식에 지난주 달러가 껑충 뛰었습니다. 25일, 전날보다 6원 70전 상승해서 1달러가 1,161원 40전으로 마감했는데 1년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환율의 오르고 내림이 주민 생활에 직접적으로 와 닿는 건 아닌데요. 오히려 북쪽 주민들이 돈대에 더 민감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 ‘현장’은 환율 얘깁니다. 평남 문덕 출신 김정순 선생과 함께 은행으로 갑니다.
INS - 현장음
기자 :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정순 : 안녕하세요! 날씨가 점점 더워지네요...
기자 : 저희가 오늘 나와 있는 곳은 은행 앞이에요. 오늘 이곳에서 환율 얘기를 한번 해볼까 하는데요. 북쪽에서는 환율이라고 안 하시죠?
김정순 : 그저 외화를 현화라고 하고요. 현화 가치...이렇게 얘기하죠. 국경 연선에서는 중국 돈을 많이 쓰지만 안쪽에는 그저 달러 밖에 쓰는 게 없어요. 그저 현화 얼마라는 얘기는 백 달러에 북한 돈 얼마다... 이런 얘기죠.
기자 : 지금 북한의 환율 혹시 알고 계세요?
김정순 : 24일 환율이 100달러에 93만원 한다고 들었습니다. 조금 오른 거죠.
기자 : 남쪽의 지금 환율... 한번 은행에 들어가서 알아보겠습니다. 북쪽에서는 개인들에게 달러를 바꾸지만 남쪽에서는 은행에서 바꾸거든요. 저희가 지금 달러를 준비했고요.
김정순 : 네, 들어가서 한번 이 돈을 바꿔 봅시다!
INS - 어서오세요.
은행 직원 : 어서오세요.
기자 : 달러를 바꾸려고 하는데요.
은행 직원 : 번호표 뽑으시고 이쪽에서 기다리세요...
INS - 은행 현장 소음
기자 : 선생님 저쪽에 환율표 보이세요?...
[저희가 찾은 곳은 남쪽의 시중 은행, 그냥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평범한 은행입니다. 보통 은행에 들어가면 한쪽 벽에는 환율표가 표시돼있는데요. 미국, 일본, 중국, 유럽 연합 등 주요 국가들의 환율이 살 때, 팔 때 얼마인지 또 전신환이라고 남한의 은행에서 외국 은행의 통장으로 송금할 때의 환율도 표시돼 있습니다.]
기자 : 저희는 팔 때 환율이 얼마인지 보면 되겠어요.
김정순 : 그러네요. (웃음)
은행 직원 : 52번 고객님! 어서오세요.
김정순 : 달러 환전하려고요.
은행 직원 : 이걸 작성해주세요.
INS - 컴퓨터 자판 찍는 소리
[외국인들의 경우엔 여권, 남한 사람의 경우 간단하게 신분증으로 외화를 사거나 팔거나 외국 은행으로 돈을 보낼 수도 있습니다. 남쪽에 와서 외국돈을 바꿔 본 게 두 번째라는 김 선생은 환전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
김정순 : 개인이 얼마까지 바꿀 수 있어요?
은행직원 : 한도가 없어요. 그런데 만 불이 넘어가면 자동으로 국세청에 통보됩니다.
김정순 : 달러를 살 때는요?
은행직원 : 사는 것도 같습니다. 한도는 없지만 국세청에 신고가 들어가죠. 오늘 환율은 1138.33원입니다. 어제 보다는 올랐네요. 11만 3천 8백 33원 드릴게요. 5만원 권으로 드려요?
김정순 : 5만원권으로...
은행직원 : 잔돈 확인하고 드릴게요.
기자 : 이 은행에서는 몇 개국 통화나 바꿔주세요?
은행직원 : 잠깐요, 전산으로 조회해봐야 해요. 12개국 통화가 있네요...
김정순 : 오... 많네요. (웃음)
은행직원 :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들려주세요.
김정순 : 안녕히 계세요...
기자 : 선생님! 저희가 달러를 바꿔서 나왔습니다. 영수증에 보면 얼마에 환전했나 알 수 있네요. 이 정도면 잘 바꿨나요?
김정순 : 그럼요. 그 전에 중국에 다닐 때보다 많이 올랐네요.
기자 : 저희는 은행에서 달러를 바꿨는데요. 북쪽에서는 어떻습니까?
김정순 : 은행을 이용할 수 없고요. 개인들에게 바꿔야지 돈이 많지 국가에서 고시한 환율로 은행에서 바꾸면 완전히 밑지는 거죠... 그리고 북쪽에서는 돈 좀 있는 사람이면 다 달러로 바꿔 놓죠. 내화는 종잇장입니다.
[저희는 오늘 환율에 대해 얘기를 위해 일부러 달러를 들고 은행에 갔지만요. 남쪽에서는 주로 여행, 유학, 출장 등으로 외국에 나갈 때 또 외국에서 남겨온 돈을 남한 돈으로 바꿀 때 은행의 외환 창구를 찾습니다. ]
기자 : 근데 지금 달러를 현화라고 하시는데요. 그 뜻이 뭡니까?
김정순 : 지금 쓸 수 있는 외국 돈이라는 뜻입니다.
기자 : 그런데 보면 북한 주민들 생활을 보면 외국 돈에 대한 돈대, 특히 달러 환율은 남한 사람들보다 북쪽 주민들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김정순 : 그럼요. 여기는 한국 돈으로 못 구하고 못 사는 게 없잖습니까? 하지만 북한에서는 국내 생산이라는 게 없기 때문에 일체 다 중국에서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달러 환율을 신경 써야합니다. 그리고 여기는 전체적인 세계 경제 흐름에 따라 달러가 올라가고 내려가니까 생활에서 그렇게 신경 쓸 일은 없어요. 여기서는 나부터도 환율을 모릅니다. 그러나 북한은 다릅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장마당에서 무오가리(무말랭이) 값이 올랐답니다. 무오가리 값이 왜 이렇게 오르니? 물었더니 달러가 올라가는데 무오가리는 못 올라가겠나? 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만큼 환율에 신경을 많이 쓰고 그게 생활입니다.
[개방되지 않은 북쪽 사회에서 환율이 오르내리는 이유는 세계 경제의 흐름보단 내부적으로 요구가 많아졌다는 등의 국내적 요인 때문인데요. 남쪽의 환율은 앞에서 전해드린 소식처럼 미국의 주요 경제 정책이 발표되거나 세계 경제의 흐름에 따라 움직입니다. 또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달러 환율에 큰 신경을 쓰진 않지만 매일 30분 간격으로 달러 등 주요 외국 통화의 환율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2012년을 기준으로 남한의 외국환 은행에서 거래되는 외국 돈의 규모가 하루 평균 454억 달러였고요. 수출에 의존하는 남쪽 경제의 특성상, 외국돈의 환율은 아주 중요합니다. ]
기자 : 남쪽은 수출이 경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기업쪽에서 보자면 달러 환율이 높은 게 좋습니다.
김정순 : 그러나 서민들에게는 낮은 게 좋죠.
기자 : 그래서 사실 적정선의 환율이 얼마인가를 정부가 고민하는데요. 사실 답은 없습니다. 정부가 적정선을 유지하기 위해서 환율이 너무 올라가면 돈을 풀어서 내리기도 하고 너무 내려가면 올리기도 합니다.
김정순 : 저는 10만 원 정도에 1백 달러가 되면 좋겠어요. (웃음)
기자 : 지금보다 조금 내려가길 바라시는군요?
[ 남한 돈 대 달러의 환율은 5-6년 전부터 꾸준히 올랐습니다. 중간에 약간씩 떨어지기도 했지만 1달러당 한국 돈 천원 미만이었던 것이 지금 1천 백 오십원 선을 육박합니다. 여기에다가 중국 위안화의 환율은 더 올랐는데요. 탈북자들이 이런 환율 상승에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
김정순 : 그 전에 여기서 돈을 100만원 보내면 중간에 건네주는 비용 떼고 중국 돈으로 북한에 4천원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이게 3천원정도이니까요. 그 돈 천원이 북한에선 얼마나 큰돈입니까? 여기서 보내는 사람들은 부담이 크죠... 그걸 좀 저쪽에서 알아줘야 합니다.
기자 : 오늘 환율 얘기를 죽 했는데요. 결국 환율보다 중요한 건 내 나라 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김정순 : 그렇죠. 저도 중국에 나와 보니까 사람들이 달러를 안 쓰고 다 중국 돈을 쓰더라고요. 외국사람도 한국에선 한국 돈을 바꿔야 씁니다. 시중에서 달러나 위안 같이 다른 나라 돈을 막 쓰는 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한국 돈으로 물건도 사고 다 할 수 있으니 자국 돈을 귀하게 여기고요. 북한의 돈도 물이나 종이장이 아니라 뭔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국내 경제가 돌아갈 것 같고요.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래야하는데 모르겠습니다...
이현주 : 요즘 대학 졸업생들의 취업경쟁 말도 못하죠?
이규상 : 남한에서 청년 취업난, 취업경쟁...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이런 취업경쟁에 있어서 빠지지 않는 자격 조건이 바로 영어실력인데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남한 대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취업 요건이 바로 영어 능력이랍니다. 영어학원도 다니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국가에 연수도 다녀오고... 돈도, 시간도 많이 투자합니다.
이현주 : 그런데 실제 사정을 보면 정반대입니다. 지난해 신입사원을 뽑은 남한 기업 4백여 곳 중에서 영어 어학점수에 제한을 둔 곳은 세 곳 중 한 곳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또 영어점수 제한을 둔 기업들도 업무상 필요보다는 채용의 편의를 위해 영어점수에 제한을 두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면접에서 영어능력 시험을 보는 기업도 드물다고 하네요.
이규상 : 영어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공부를 해도 해도 영어 실력 안 느는 학생들의 푸념 섞인 말입니다. 그러나 북쪽에서도 영어를 배우는 세상이죠. 기업에서 상관없다고 해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이 조사 결과는 영어만이 아니라 다른 것도 열심히 해라...! 이런 얘기 같습니다.
이현주 : 더 부담이네요. (웃음) <생생 경제>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서울에서 이현주, 워싱턴에서 이규상입니다.
이규상 : 저희는 다음 주 이 시간 다시 인사드립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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