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 감독 : 1954년에 출생해서 1981년부터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경력을 쌓아 나갔고 몇 편의 TV 영화와 아동 프로그램을 제작한 후 1987년에 첫 장편영화 〈흰고래〉를 만들었다. 그 후 <자연의 아이들〉(1991)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으며,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영화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하였다. 프리드릭슨의 영화들은 매우 개인적이면서 아이슬란드의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영화 속 인물들은 전통과 현대의 교차점에서 만난다. 그의 작품들로는 〈천국의 아이들〉(1991)을 비롯,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바 있는〈콜드 피버〉(1995), 〈버림받은 천사들〉(2000), 〈온 탑 다운 언더〉(2002), 그리고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되었던 〈매〉(2002)가 있다
작품평 : <마마 고고>는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영화감독인 아들의 관계를 그리고 있지만 병에 대해서나 병으로 인해 변해가는 관계에 대해 어떠한 포장도 하지 않는다. 아들에게 자상하고 손자에게 다정했던 어머니의 병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가족과의 관계는 순식간에 붕괴된다. 아들 역시 마찬가지다. 아들은 병 때문에 무리한 부탁을 하는 어머니에게 순종적으로 따르지만 어머니가 양로원에 들어가자, 어머니가 아끼던 그림을 팔아 생활비를 쓰고, 아파트를 팔아 재정난을 극복하는 것도 서슴치 않는다. 어머니의 질병은 마치 감독인 아들에게 닥친 여러 문제 중 하나인 것처럼 보인다. 이러한 냉정한 현실적 관계는 무채색으로 낡아 보이는 화면을 통해 더욱 명백하게 보여진다. 무채색의 의상들, 화장기 없는 얼굴들, 바람과 눈보라가 치는 황량한 날씨와 함께 화면은 점점 생기를 잃어간다. 그러나 현실에 대한 감각을 상실해가는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의 세상을 영화적 세계와 접목시키며 <마마 고고>는 독특한 아이슬란드 영화 세계를 탐험한다.
;마마 고고>에서 어머니 고고 역을 맡아 단연 눈부신 연기를 보여주는 크리스보그 켈드는 1960년대부터 활동해온 아이슬란드 영화를 대표하는 여배우이다. 영화 속에서 고고는 병이 깊어 가면서 죽은 남편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고 남편과 함께 보냈던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흑백화면으로 보여지는 이 회상장면은 사실 아이슬란드의 에릭 발링 감독이 1962년도에 만든 <79번 정류장>의 장면들이다. 어머니를 맡은 크리스보그 켈드와 죽은 아버지로 등장하는 구나르 아이조프슨이 주연을 맡아 연인을 연기한 이 작품에서 켈드는 <마마 고고>에서와 마찬가지로 ‘고고’ 역을 맡아 열연했다.
<마마고고>는 알츠하이머라는 병을 둘러싼 사람들의 관계를 냉정하게 바라보면서도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알 수 없는 정신세계를 가장 영화적으로 접근한 작품이다. 영화 도입부에 양로원으로 보내진 어머니는 아들의 영화인 <자연의 아이들>의 노인들처럼 탈출을 시도한다. 아들의 영화에서처럼 안개와 눈보라 속을 헤맨다. 그리고 화장실 변기 구멍을 통해 탈출을 시도하는 환상적인 방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마마고고>의 도입부에 소개된 <자연의 아이들>은 프리드릭슨 감독의 1991년도 작품으로 한 노인이 양로원에서 우연히 첫사랑의 여인과 재회하면서 탈출을 시도하는 노년의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삶의 길이보다 삶의 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작품은 <마마 고고> 영화 속 감독이 간절하게 바랐듯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
프리드릭슨 감독은 <마마고고>와 비슷한 시기에 자폐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의 어머니를 다룬 다큐멘터리 <용감한 어머니들>을 발표하기도 했다. 알츠하이머와 자폐증은 모두 자기 세계에 갇히는 질병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그들의 세상에 대한 관찰과 관심이 감독의 상상력과 만나며 <마마 고고>는 알츠하이머에 대한 가장 독특하면서도 아름다운 기록으로 자리매김한다. 이처럼 <마마 고고>는 아이슬란드의 다큐멘터리 작가이면서 영화감독인 프리드릭 토르 프리드릭슨 감독의 자전적 영화로 알츠하이머 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와 아들의 관계를 현실적인 감각과 영화적인 감성으로 풀어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