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는 카프카(Franz Kafka 1883~1924 유대계 독일 작가)의 <변신>
프라하대학 재학중 M.브로트와의 교제를 계기로 본격적인 소설 창작을 시작, 《어떤 싸움의 수기》《시골의 혼례 준비》등 단편을 집필하였다. 카프카문학의 독자성이 발휘된 《판결》은 약혼을 앞둔 행복한 청년이 늙은 아버지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강물에 몸을 던져 죽는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공상적 내용과 사실적 문체, 즉 서술된 사실의 부자연성과 서술 방법의 자연성이 이후 카프카 문학의 기본 구조가 된다. 단편 가운데 가장 뛰어난 《변신》은, 어느날 아침 꿈에서 깨어나자, 자기가 한 마리의 독벌레로 변해 있었다는 남자의 이야기로, 괴이한 사건을 일상적으로 서술한 냉담한 문체가 돋보인다. 이 밖에 《유형지에서》와 《심판》 등에서 드러나는 카프카의 비참․고통의 세계는 당시 제1․2차세계대전이라는 현실과 관련하여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한편 장편으로는 친구 브로트가 유고로 발표한 《심판(1925)》 《성(城, 1926)》 《아메리카(1927)》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심판》과 《성》은 개체로서의 인간과 바깥의 힘인 전체와의 연관성을 다룬 것이다. 《판결》에 나오는 아버지처럼 밖에서 작용하는 부조리의 근원을 포착, 저항하면서 개체와 전체의 조화를 꾀한 것이 이들 작품의 주제이다. J.P.사르트르․A.카뮈에 의해 실존주의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은 카프카의 문학적 의미는 인간 운명의 부조리성, 인간 존재의 불안을 날카롭게 통찰한 점에 있다. 소품집에 《관찰(1913)》 《화부(火夫, 1913)》, 단편집에 《시골의사(1919)》 《굶주린 예술가(1924)》 등이 있다. 변신은 중편 소설, 실존주의 소설이며 객관적, 사실적이다. 벌레로 소외된 인간의 고독, 인간 실존의 허무를 다룬 것이다. 현대 문명 속에서 자기 존재의 의의를 잃고 살아가는 소외된 인간 모습을 형상화한 표현주의적 소설이며, 실존의 문제성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실존주의 소설로 간주되기도 한다.
2. 실존주의 문학
1940~50년대 프랑스에서 전개된 문학 경향의 하나. 존재의 부조리성에 대한 의식(존재에 대한 불안)에서 출발하여 자기의 본질을 완성시키기 위해 인생을 선택하고 책임 있는 행동을 하며, <상황(situation)> 속에서 역사나 사회에 <참가(engagement)>하면서 그 상황을 인식, 극복하여 진정한 자유를 획득하려는 인간을 묘사하려고 하는 문학이다. 실존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문학은 이전부터 있었으나(C.P.보들레르․G.모파상․F.M.도스토예프스키․F.카프카 등의 작품), 인간의 한 새로운 생활방식으로서 실존의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제2차세계대전 뒤의 J.P.사르트르․A.카뮈․S.보부아르 등의 문학이었다. 이와 같은 문학의 발생 계기가 된 것은 20세기 전반에 거듭되었던 전쟁과 동란이었다. 특히 제2차세계대전에 의해 인간은 자기의 개성과 본질 및 그것들이 형성하는 자유가 역사․사회 및 현실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가를 깨달았다. 그래서 신이 본질을 만든다고 하는 종래의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본질에 선행하는 <존재(存在)>, 즉 <즉자(卽自, ensoi;단순히 존재함)>에서 <대자(對自, poursoi;존재함에 대한 의식)>로 이행하는 <존재>를 중심명제로 한 무신론적 실존주의가 각광을 받게 되었다.
3. 작품 줄거리
자므자는 상과대학을 나와 군대 생활도 마치고, 아버지가 5년 전에 파산한 이래, 세일즈맨이 되어 부모 및 17살이 되는 누이동생 그레테를 부양하고 있는 일가의 대들보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불행이 찾아온다. 자므자는 직장에, 아침 기차로 출발해야겠다고 마음은 서두르나, 기괴한 독충(毒蟲)으로 변신한 자기의 몸은 무엇 하나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고, 많은 발이 제멋대로 움직일 뿐이다. 7시가 지나자 회사에서 지배인이 찾아와서, 어째서 무단 결근하느냐고 가족과 옥신각신하는 말소리가 들린다. 열쇠를 자신의 방을 잠그고 자는 버릇이 있는 자므자는 도어너머로 변명을 하지만, 지배인은 알아들을 수 없는 벌레의 소리를 듣고 무서워하며 달아난다.
거실에 나타난 자므자의 모습을 보고, 어머니는 마루에 주저앉고, 아버지는 증오에 찬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그래고르를 제 방으로 돌려보내려고 한다. 결국, 아버지의 지팡이에 쫓겨 자기 방으로 도로 들어간 그래고르는, 발을 한 개 다친다.
자므자가 벌레로 변한 후로, 집안에는 여러 가지 일이 벌어졌다. 식모가 그날로 집을 나가고, 아버지는 어느 은행에 사환으로 나가 일하게 되었고, 어머니는 부업으로 삯바느질을 하기 시작하고, 누이동생은 점원이 되었으나, 더 좋은 일자리를 얻기 위하여 밤에는 속기술과 프랑스어를 공부한다. 그래고르는 바이올린을 좋아하는 이 여동생을 특히 귀여워하고 있었고, 음악 학교에 보내 주겠다는 것을 오는 크리스마스 이브 때 말해 줄 생각이었는데, 이제와서 모두 물거품이 된 셈이다.
게다가 살림에 보태겠다고, 한 방을 비워 세 사람의 하숙인을 치게 되었기 때문에, 어느 사이에 그래고르의 방은 헛간과 매한가지가 되어 버렸다. 이보다 앞서, 그래고르는 아버지가 내던진 사과로 상처를 입고, 그 후부터는 식욕도 감퇴하고 점점 쇠약해져, 3월이 지날 무렵에 드디어 죽어서 발견된다. 이제야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아버지는 말하고, 부모님과 여동생은 전차를 타고 교외로 산책을 나간다. 그 냉혹한 문체에는 소름이 끼치는 그 무엇이 있다.
카프카는 이 작품에서 돌연한 사태를 제시하여 인간 조건을 돌아보게 한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한 것은 작가의 자의적 설정이지만 그 사태 때문에 일상 생활에서는 눈여겨보지 않는 사람들의 관계를 독자는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벌레를 소재로 취하고 있지만, 의인화된 벌레를 등장시켜 사회를 풍자하는 전통적인 우화(寓話)와는 성격을 달리한다. 벌레라는 실체를 통하여 인간 상호간의 소통과 이해가 단절된 소외 상황을 암시한다. 그레고르가 생활비를 버는 동안 가족들은 그에게 감사한다. 하지만 그것이 습관이 되고 타성이 되면서 감사의 마음은 없다. 그러나 그가 벌레가 되어 버리자 존재가 문제시되고 그의 사회적 가정적 역할이 무엇이었는가가 재인식된다. 그러나 그의 빈자리는 곧 채워지고 만다. 아버지가 돈을 벌고 누이동생은 하숙생들과 음악을 연주하며 즐거운 생활을 보낸다. 이것은 그레고르가 죽었을 때 가족들이 교외로 놀러 가는 데서 단적으로 증명된다. 즉 그레고르의 실존의 자리는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4. 마무리
이 작품은 카프카 생전에 간행된 소수의 작품 중의 하나이며, 변형기담(變形奇譚)에 특유한 유머와 이상한 사건을 예사로운 일처럼 묘사하는 작자의 냉정하고 사실적인 문체는 독자로 하여금 실존(實存)의 차원과 부조리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박력을 지니고 있으며, 현대인이 언제 어느 상황에서 처하게 될지도 모르는 절망적인 세계 속에 유폐된 소시민의 생활을 상징하는 것으로서, 카프카 문학 중에서 대표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젊은 세일즈맨인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잠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흉측한 한 마리 벌레로 변신 한 것을 알고 깜짝 놀란다. 출근시간이 지나도 잠자가 나오지 않자 가족들은 문을 두드리고 회사의 지배인도 찾아오지만 그가 벌레로 변한 모습을 보고는 모두 충격을 받는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말하려고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남들이 알아들을 수 없었으며 단지 그만이 가족들이 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을 뿐이다. 작품에서 아버지는 조금도 애정을 가지고 있지 않는 냉철한 인간으로 묘사되고 있다. 즉 아들의 변한 모습을 보고 아버지는 위협적인 태도로 잠자를 대하며 결국은 사과를 던져 큰 상처를 입게 하여 잠자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어머니는 아들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지만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소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즉 상황이 나아지기만을 바라며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하다가 잠자가 죽게되자 홀가분한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그래도 누이동생은 오빠에 대한 애정을 조금은 보여주고 있다. 가장 정확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잠자에게 음식을 주거나 방을 치우는 일 등을 하게된다. 하지만 하숙인들을 위하여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을 때 잠자가 그녀의 음악을 듣기 위하여 나오게 되자, 동생도 벌레인 오빠를 없애자고 말한다. 그녀가 잠자에게 보인 행위가 애정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잠자는 삶의 의미를 상실하게 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잠자는 직장과 가족을 위해서 헌신하고 희생했음에도, 아무도 잠자를 진정한 모습으로 대해주지 않았음을 알게된다. 즉 가족들이 보여주는 외면과 거기서 느끼는 소외감이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자기를 찾게 해주는 계기를 주게 된 것이다. 이 작품은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도 볼 수 있다. 외면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에서의 지위나, 위치, 인격이 변하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부자가 갑자기 가난한 사람이 된다든지, 건강한 사람이 병자로 바뀌며, 남의 죄를 다스리던 사람이 죄인으로 바뀌는 모습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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