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과 초자연 현상 그리고 광고
엑스파일 신드롬 및 초자연 현상
머리말
"Imagine This." 당신은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가? 연전에 등산로를 내려오다가 목격한 하늘에서 무언가 번쩍이고 지나간 빠른 섬광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미국 정부, 특히 FBI는 정말로 추락한 외계인의 생존자와 시체 또는 우주선을 극비리에 보관 연구해왔는가? 지구에는 오래 전부터 외계인이 오갔을까? 모든 초자연 현상에는 반드시 외계인이 개입되어 있는 건 아닐까?
수많은 기적을 행했다고 알려진 예수나 성모마리아 모자는 육화한 외계인팀일까? 유리 겔러나 무녀 심진송은 혹시 외계인일까? 혹시 우리 엄마는? 별안간 냉정하게 절교를 선언한 뒤 전화도 끊고, 삐삐도 끊고, 어디론가 이사가 버린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그녀는 혹시?
인간의 몸으로 탈바꿈한 외계인들이 혹시 우리의 착한 이웃으로 살며시 우리의 주위에 살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그들은 각국의 주요인물 행세를 하면서 이따금씩 세계 도처의 은밀한 곳에 모여 지구정복의 음모를 거의 실행단계에 옮겨놓았을까? “The Truth Is Out There!"
광고는 동시대의 대중문화를 가장 신속히 반영하는 종합 상업예술이다. 그래서 최근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응을 보이는 TV 프로그램, 영화, 유행사조, 심지어 그 근간을 이루는 시대 사상까지도 빠른 시간 내에 다수의 크리에이터에 의해 TV 광고 속에 삽입되어 상업목적을 위해 활용된다.
애틀랜타 올림픽 경기를 전후해 미국 TV에는 초자연 현상(Paranormal Phenomena)을 소재로 한 광고가 심심찮게 등장했다.
올해 하반기 미국에서는 근래 우리나라에서도 방영 되고 있고, 은근히 인기도 많은 TV 프로 'The X- Files' 뿐 아니라, 황금 시간대의 시트콤(Sitcom)인 'The Third Rock', 그리고 영화 흥행대작인 'Independence Day', NBC특집 프로그램인 '최후의 충격 대예언(The Final Prophecies)' 등의 스토리 들이 마치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
우주인이나 UFO와 관련된 스토리, 시간의 역류 및 초월, 공간 개념의 파괴, 또는 초심리학, 염력, 육체 이탈(Mind-body separation), 부두 주술 (Voodoo magic), 독심술 등 현대과학의 힘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초자연적인 현상들과 관련된 스토리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이들 스토리들의 사상적 기반은 현대까지 이어져오는 원시부족들의 믿음, 고대 및 근대 선지자들의 예언과 초절주의(Transcendentalism), 근래의 뉴에이지 정신혁명 등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뉴에이지 정신혁명은 어떤 새로운 정치적·종교적 또는 철학 적 체제가 아니며, 하나의 새로운 정신으로서 그 뼈대 안에 비약적인 과학의 발전과 역사상 가장 오래된 사상으로부터 얻어진 통찰력을 함께 수용하고 있는 놀라운 세계관의 세력이다.” -매릴린 퍼거슨.
The X-Files
이러한 뉴에이지 정신혁명의 영향은 엑스파일의 두 주인공에게서 대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자 주인공 팍스 멀더(Fox Mulder)와 여주인공 데이나 스컬리(Dana Scully)는 둘 다 FBI 요원들이다. 법의학박사인 스컬리 요원은 초자연 현상에 대하여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항상 과학적으로 접근하려 한다.
반면에 멀더 요원은 대체로 이러한 현상 뒤에 초자연적인 힘-즉, 염력·부두 마술·주술·영혼의 저주- 등이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강한 호기심을 느낄 뿐 아니라, 몸을 아끼지 않고 이러한 세계에 뛰어들어가 직접 체험을 시도한다. 사건의 해결을 위해 고도의 과학과 통찰력이 함께 수용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통찰력을 믿고 초자연 현상을 직접 체험하는 멀더 요원이 더 중요한 주인공으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대부분의 사건은 정부 및 군 고위층의 간섭으로 미해결인 채 인간의 보편적 과학지식의 미답지역을 탐사한 것만으로 일단 결말을 맺는다. 조명과 음향이 모두 신비주의적 성향을 띠며 사뭇 미스터리 스릴러의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Third Rock from the Sun
'Third Rock from the Sun', 태양으로부터 세번째 돌덩이, 즉, 지구를 일컫는 희화적인 별명을 제목으로 한 TV시트콤이다. 8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우리의 지구가 작은 행성으로 불리워오고 있다. 이러한 별명도 사실은 다소 뉴에이지 사상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Third Rock'은 이를 보다 더 가볍게 이름지어 프라임 타임대 시청자의 호감을 얻으려 한 것이리라.
극의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화면에서 나오는 멘트는 다음과 같다. "여러 지혜로운 분들께서 아시다시피, 우리 주변에는 많은 외계인들이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지구를 찾은 그러한 4명의 탐험가들에 대한 것입니다."
화면은 태양계에 속한 형형색색의 여러 혹성들이 각종 리듬으로 춤을 추거나, Pool balls(포켓 당구공) 처럼 서로 부딪혀 구멍에 들어가거나, 또는 토성이 그 띠로 훌라후프를 추기도 한다. 이들 외계 생물체는 4명의 미국인 가족으로 육화하여 인간들과 여러 가지 해프닝을 벌이며 교류한다.
인간문명에 대한 몰이해로부터 오는 그러나 극도로 솔직한 지적에서 나오는 유머가 걸작이다. 엑스파일이 무거운 톤이라면 Third Rock은 상당히 가볍다.
자, 그럼 이들 프로그램에서 소재를 따오거나 맥락을 같이하는 몇 가지 광고를 살펴보자.
1. Skittles/산 할아버지와 강아지
강아지 한마리가 어슴프레한 숲 속으로 막 달려간다. 숲 속 나무 밑을 팠더니 거기에서 눈부신 광채가 나와 하늘로 치솟안 무지개를 이루더라. 그런데 그 무지개 빛 하늘에서 무지개 색 초컬릿 알이 우박처럼 내리니 신이 난 산 할아버지가 과자 그릇마다 가득 채워 산 꼭대기 통나무 집으로들어가고‥‥ 꼬마 요정이 속삭이듯 말한다. "무지개를 맛보세요." 어릴 적 꿈 같은 이야기이다. (광고1)
여타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이 갖고 있던 태초의 감각 능력은 과학 문명의 발전으로 인해 서서히 퇴화되어 왔다. 그래서 영(Spirit)이 순수한 강아지가 무지개로 상징된 초자연 현상을 찾아낸다. 실락원(Paradise Lost)으로 연결시켜주는 영매인 셈이다. 그러자 세상의 색깔이 밝아지고 무지개 빛으로 화사 하게 바뀐다.
2. NISSAN/NISSAN Hall of Fame
소년들이 벌판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한 소년이 공을 힘껏 때렸다. 맙소사! 저렇게 멀리 날아가다니‥‥ 공은 낡은 공간으로 떨어졌다. 강아지가 공을 물고 도망간다. 소년은 공을 달라고 한다.
그러나 아아아∼ 끝없는 심연으로 떨어진다. 다다른 곳은 와아! 멋진 수많은 골동품 차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 현명하게 보이는 동양인 노인이 나타난다.
“어서 오거라. 이건 오리지널 240D 모델차란다. 정말 멋진차야. 이건 미국에서 선보인 최초의 소형 트럭이고. 강아지들은 트럭을 좋아하지. 또 이 차는 3년 연속 챔피언을 누린 차란다. 아무 차라도 목적지까지 타고 갈 수는 있단다. 하지만 특별한 차는 목적지까지 가되 웃음을 지니고 갈 수 있지. 명심하거라 꼬마야. 인생은 긴 여정인 것을‥‥. 즐겁게 타고 가야지."
여기에서도 강아지는 행운의 보물과 지혜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광고2)
닛산의 광고가 바뀌었다. 더 이상 차의 성능과 가격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동양의 신비주의를 내세우며 자신있게 미국인들의 정서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골동품 차가 나올 만한 연륜도 쌓았다. 오랜 역사를 가진 동양의 신비스런 이미지를 뛰어난 과학기술의 총아인 일제 자동차에 덧씌울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넌지시 품위도 보여주고 있다.
3. NISSAN Maxima/불로 장생의 묘방
흰색 닛산 맥시마가 미끄러지듯이 오더니 잔디에 물을 주고 있던 노인 앞에서 멈춘다. 차 안의 젊은 남자가 구부정한 노인을 부른다. “어이. 여보게 죠오지." "누구… 누구신가?"젊은 남자가 대답한다. "나일쎄. 나. 나 버니." “버니라고?" "정말?" "나라니까. 어서 타게." 반신반의하며 차에 탄 노인. 갑자기 50년은 젊어지더니 만면에 희색이 떠오른다.
-내레이션:고급 승용차 닛산 맥시마-"이봐, 이제 뭘 하고 싶나?"라고 묻는 버니에게 씨익 웃어 보이는 죠오지. – 내레이션:직접 체험해 보십시오. -두명의 할머니 앞에 차를 세운다. "안녕하세요? 미스 퍼얼?" "죠오지?!!"(광고3)
인삼 효능을 자랑하는 보조식품 진사나(Ginsana). 은행잎 추출 성분을 자랑하는 보조식품 진코바(Ginkoba)가 내셔널 TV광고에 등장하는 요즘 미국. 영화 인디애나 존스 3편에서 나오는 성배(Holy Grail)로 물을 마시면 이루어진다는 불로장생의 염원은 노인 인구가 갈수록 늘어가는 구미 사회에서도 점점 커갈 수밖에 없다. 시간을 되돌려놓는 신비한 체험은 '타임머신'이나 '백투더 퓨쳐'와 같은 공상과학 영화뿐 아니라 동양인이 만든 고급 승용차 안에서도 맛볼 수 있으리라.
4. Sprite/Big Bottle
커다란 그림자가 어두컴컴한 라커룸을 드리운다. "스프라이트 병. 큽니다. 정말 큽니다." 그러나 커 보이던 그림자의 주인공은 정작 의자 위에 올라서서 스프 라이트를 마시던 왜소한 체구의 말타는 기수.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큰 건 아닙니다." "누군 줄 알았어? 그랜트 힐?"(광고4)
-자막:이미지는 아무것도 아니다. 갈증이 전부이다. 갈증에 복종하라. (IMAGE IS NOTHING. THIRST IS EVERYTHING. 0BEY YOUR THIRST)-
이러한 자막은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나오는 Big Brother, 당, 사상 경찰이 지배하는 전체주의적 정부의 세 가지 슬로건 (WAR IS PEACE, FREEDOM IS SLAVERY. IGNORANCE IS STRENGH)과 흡사해 보인다. 엑스파일의 시작 화면에도 이러한 표현이 나온다.
정부는 아는 것을 부인한다.(GOVERNMENT DENIES KNOWLEDGE) 진실은 저 바깥 세상에 있다.(TRUTH IS OUT THERE) 명령조의 세뇌적 구호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신상에 이롭기 때문에‥‥. 알려고 하지 마라. 이 광고에서는 이러한 명령적 구호에 유머를 섞고 살짝 비틀어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5. Kodak Photo CD / UFO or Pie Plate?
“아니야! 그 사진은 3만 피트 상공에서 날린 그냥 파이 굽는 쟁반일 뿐이다. 그 사진 포토 CD에 담아 줄 수 있나?" "버버리 코트를 입은 사내가 한 개를 가져 갔고 나도 한 개 갖고 와서 그 사진을 컴퓨터로 모든 친구들에게 전승했다."
전화벨 소리가 신경질적으로 울린다. “그러지 않기를 바랬는데…"하며 비행접시를 조사하고 있는 공군기지 같은 곳에서 예의 그 낯선 남자가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다른 전화를 받아야 하니까 끊어요."하고 끊고 UFO에 관해 계속 통화한다. 외계인이 사진을 접속 해보고 사진 화질이 좋다고 감탄한다. 그러나 집에 들어닥친 특수요원들과 군 장교. 이를 본 외계인들이 공간 이동장치로 이들을 데려간다. 밖에 누가 찾아 온 기척이 있어 문을 연 젊은 남자. 밖을 기웃거리며 누군가 집 앞에 왔었던 것 같다고 의아해한다. “그냥 바베큐 굽던 아버지 사진 뒤에 나온 걸 확대시켜본 것 뿐인데‥‥‥.”(광고5)
E.T.에서도 외계인과 평범한 아이는 친구 사이이고, 정부기관 요원이나 군인은 이들의 공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요즘의 외계인은 대체로 그러한 낭만적인 기대를 깨버리는 존재로 묘사된다. The X-Files, Independence Day, Puppet Masters, Species 등에서는 적어도 그렇다. 다만 그 후에 Third Rock 에서 인간과 완전히 함께 사는 외계인들이 등장해서 미국인과 외계인과의 외교관계를 정상화(?)시켜 주고 있는 것은 관점의 세력 균형잡기.
6. Macintosh/Independence Day
TV뉴스 속보와 함께 자유의 여신상과 맨해턴 고층 빌딩을 뒤덮는 검은 그림자. 전 지구를 구하는 데 남은 시간은 겨우 28분여. 시간은 계속 흐르고, 외계인의 폭격으로 백악관마저 산산조각으로 폭파되고 만다. 이 영화가 매킨토시 노트북 컴퓨터 파워 북 화면에서 동영상으로 보인다. 지구를 구할 수 있는 파워.(광고6)
매킨토시 파워북은 외계인과의 경쟁에서 이기게 해 주는 우주 경쟁력임을 말하고 있다. 지구 종말론과 여러 가지 세기말적 비관주의가 떠도는 요즘, 지구상에서는 더 경쟁할 대상이 없어졌다고 보는 유일한 초 강대국 미국의 오만하면서도 진취적인 정신을 고취 시키는 젊은 고성능 컴퓨터 매킨토시. 과연 매킨토시 다운 광고이다.
7. AT&T/아무도 가보지 못한 세계
자전거를 타고 묘기를 부리면서 목성, 은하수를 지나 태양으로 다시 토성 주위를 유영하는 소년. "헤이, 자전거 카우보이, 집에 전화 걸어봐야하지 않아?"
MCI의 1-800-COLLECT보다 항상 빠르고, 쉽고, 훨씬 전화비도 싼 1-1800- CALLATT.
"너 거기 어디냐?'라고 묻는 아버지에게 "이 세상 어떤 애들도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에요.(Where No Dude Has Ever Gone Before) " "아무렴 누구 아들인데."라고 자랑스러워 하는 아버지.(광고7)
-멘트:명령조로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1- 800 CALLATT를 이용해봐. 훨씬 싸니까-
이 광고의 첫 장면은 Third Rock의 시작 화면에 영화 E.T.에서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며 하늘을 나는 장면을 결합시킨 것 같은 인상을 준다. 소년의 대답 중에서 "Where No Dude Has Ever Gone Before." 라고 한 표현은 우주 공상과학 영화인 스타 트렉(Star Trek)의 시그널 멘트로 유명한 ‘Where No Man Has Ever Gone Before’의 패러디적 표현이다.
참고로 스타 트렉은 30여 년 전부터 미국의 청소년 들에게 소련과의 우주 개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자는 J.F.Kennedy의 뉴프론티어 정신과 발맞추어 최후의 미개척지로서의 우주를 개척하는 꿈을 심어준 TV영화이고 80년대에는 여섯 편의 시리즈 영화로도 흥행에 대성공을 이루었으며, 몇 해 전부터는 'The Next Generation'이라는 바뀌어진 부제를 달고 TV화면에 재등장했다.
다시 말해서, AT&T사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MCI 사의 1-800 COLLECT에 맞대응하는 이와 같은 비교광고에 ‘Third Rock, E.T., 스타 트렉'과 같은 유머러스하고, 낭만적이고, 낙관적이며 진취적인 우주 공상과학 영화에서 소재를 따옴으로써 시청자 에게 어필하고 있다.
8. Polaroid /침대 밑의 괴물
창 밖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방 안에는 갖고 놀던 사악하게 생긴 인형들이 살아날 것만 같은 무서운 밤. 잠 못 이루는 꼬마 동생이 형 마이크를 부른다. "침대 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침대 밑엔 아무 것도 없어." "나도 그러길 바래…" 폴라로이드 즉석 카메라를 침대 밑에 들이대고 플래시를 터뜨린다. "이봐. 아무것도 없고 이건 멍청한 고양이 녀석이잖아. 넌 고양이에 겁먹은 거야.” 그러나 침대 밑으로 끌려들어간 카메라가 또 한번 플래시를 터뜨릴 때 보인건 흉악하게 생긴 작은 괴물.(광고8)
-자막:Polaroid. See what develops(무엇이 현상되어 나오는지 보세요.-
그렘린(Gremlin)과 같은 부류의 공상 괴기영화에서 괴물은 대체로 동양이나 아랍의 신비주의 아니면 우주에서 유래한다. 특히 그렘린은 원래 동양의 신비로운 지혜를 풍기는 할아버지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러나 몸에 물이 묻으면 절대 안 된다는 금기조항과 함께 미국 소년에게 선물로 준 착한 애완동물이었다.
호사다마. 실수로 물이 떨어져 그렘린의 몸에 묻고 손오공의 분신처럼 등에서 수없이 튀어 나오는 흉칙한 괴물들. 엑스파일에서도 심심찮게 이러한 미스터리의 공포를 그 소재로 다룬다. 폴라로이드 광고 역시 이러한 미스터리 분위기를 놓치지 않고 화면에 담고 싶었을 것이다.
9. King Cobra Titanium Driver/실험지역
사막의 한가운데를 먼지를 일으키며 달리는 세 대의 검은 색 특수 차량들. 그들이 들어가는 곳에 걸린 '실험 장소, 출입 통제구역' 표지. 검은색 선글라스에 검은색 수트 차림의 무표정한 남자들. FBI 요원 또는 미국정부의 극비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특수요원쯤 되어 보인다.
여러 가지 첨단 컴퓨터 기계장비를 설치한 뒤 굉음과 함께 번쩍이는 섬광. 레이다 너머 아른거리는 열파장에 무언가 움직이는 물체가 보이고 클로우즈 업되면서 확인된 물체는 골프채를 들고 있는 잭 니클라우스. "흠, 대단하군!" (광고9)
-멘트:킹 코브라 타이태늄 드라이버. 게임에서 가장 파워풀한 부분!-
이러한 장면은 엑스파일에서 가장 흔한 장면일 것이다. 어떤 미스터리 현장에도 빠지지 않고 나타나는 특수요원들. 민간인들이 알아서도 안되고 알았다 해도 납치 살인 및 조작극을 벌여 무언가를 은폐하고 부인하는 당국자들(DENY EVERYTHING. GOVERNMENT DENIES KNOWLEDGE)에 대항하여 항상 미스터리를 쫓아다니면서 알아내려고 하는 멀더요원‥‥. 이러한 연상작용이 TV 시청자의 눈을 끌고 숨죽이게 한다는 이론을 십분 활용한 광고.
10. Mercedes E-Class/Why Stop?
한 남자가 은빛 벤츠를 신나게 몰고 간다. 매우 섹시한 여인이 차를 태워달라고 손짓하는 걸 무시하고 야멸차게 지나가버린다. 어이없어 하는 여인. 비행접시가 추락하여 히치하이킹하려는 외계인도 모른 척 지나친다. 망연자실해 하는 외계인들 히치하이킹의 대가로 천만 불 자리 수표를 제시하는 총알탄 사나이도 모두 지나쳐버린다. "이렇게 신나게 달리는데 왜 멈추나?" (광고10)
-자막:The Next Generation E-Class(차 세대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
광고에 사용하면 잘 팔리는 소재들이 있다. 섹스, 일확 천금의 요행심, 그리고 요즈음의 외계인과 비행접시가 그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것보다 흥미로운건 복고풍의 신형 메르세데스 E클래스를 모는 재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장면들은 시청자의 눈을 끈다
11. Radio Shock/유령의 도시
암울한 흑백의 타운. 망가진 전자제품을 하나씩 들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표정 없는 넋빠진 사람들. "살려줘요."- 내레이션:그들이 당신 동네에 나타났다.- "도와 줘." – 내레이션:그들은 당신의 이웃이다. - "살려 줘." – 나레이션:그들은 당신의 가족이다. -"도와 주세요."- 내레이션:그들도 한 때에는 당신과 같았었다. - 그들은 이미 보증 수리 기간이 지나버린 전자제품을 수리해야만 한다. 그들의 구원요청은 절실하다.
갑자기 이들 육신의 껍질만 남은 사람들과 도시 전체가 원래의 색깔과 반가운 생기를 되찾는다. 그 이유는 –내레이션:자, 제대로 찾아 오셨습니다. 라디오 샥. 여러분에게 문제가 있으시면 저희들이 해결해드립니다.-(광고11)
좀비(Zombies)는 'They Live' 등과 같은 공포영화의 주요 등장인물. 영혼을 악령에게 뺏긴 채 가시적인 육신만 남은 껍질. 인간은 요즘은 외계 침입자의 단골 숙주로 인기가 높다. 에일리언 마스터(Puppet Masters), 스피시스(Species)등의 영화를 봐도 그렇고 특히 엑스파일의 단골 메뉴가 되고 있다.
영육 분리 또는 육체 이탈(Mind-body Separation or Projection)이라고 하는 주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태초 이래로 있어 왔다. 이러한 소재를 활용하여 무채색과 유채색의 뚜렷한 대조, 암울하거나 밝은 톤의 음향 및 조명으로 광고하고자 하는 라디오샥 서비스의 효용가치를 부각시켰다.
맺음말
우리나라에서는 몇 해 전 'M'이라는 SF드라마에 이어 근간에는 가요 제목 및 '8월의 신부' 등 미니 시리즈물에 부활과 환생을 주제로 한 환생 신드롬이 출현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소재를 다룬 많은 창의적인 광고도 나오리라고 기대된다.
아마도 우리의 토속 정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환생 신드롬은 적어도 1999년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 조지 오웰의 '1984년'이 대중 예술의 주제로 오래 전부터 1984년 이후까지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것처럼‥‥.
그러나, 미국 등 선진국의 광고를 소재 및 스토리까지 모방하는 것은 정말이지 등잔밑이 어둡다라는 충고로 비판을 대신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전래사상을 돌아보면 이러한 소재는 사방에서 발에 채인다. 현재 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유·불·선의 사상으로부터 점술, 사주팔자, 음양오행설, 굿, 전설의 고향 등으로 소재는 넘친다.
이러한 소재가 사뭇 고색창연하기만 하다면, 이러한 소재에다가 과학적이고 미래적인 시각을 곁들여 새로운 소재를 창조해나가는 것이 우리 고유한 정신문화의 자산가치를 바탕으로 한 국제적인 크리에이티브의 경쟁력을 쌓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이러한 노력은 100여 년 전 일본의 격변기에 화혼양재(和魂洋才)라 하여 '일본의 혼에 서양의 재주'라는 취지의 개혁 슬로건이 있었고, 앞서 본 닛산 자동차의 광고는 이를 재확인 시켜주고 있다. 이번에는 현대 자동차공업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중국에서도 중국의 몸체를 잃지 않고 서양의 실용주의를 조화시키자는 중체서용(中體西用) 운동이 있다. 우리가 쓴 동도서기(東道西器) 개념도 있다. 고유문화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우리의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해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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