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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일의 썸머 OST 영화음악-주이 디샤넬,조셉고든래빗

myPPT 2012. 12. 26. 18:06


전 여친을 잊지 못한 남자와 만났던 적이 있다. 영화 ‘500일의 썸머’에 나오는 썸머(주이 디샤넬)같은 여자였다면서 분노와 그리움을 동시에 토로하던 남자.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 남자가 좋았다. 영화 속 톰(조셉고든래빗)과 썸머처럼, 스미스를 좋아하는 공통분모를 발견했을 때는 기분이 묘했다. 영화나 책 취향, 유머코드도 잘 맞았고 함께하면 늘 흥미진진한 것도 좋았다. 애매한 감정에 푹 빠질 즈음 그 아인 갑자기 아무래도 이건 아니라며 돌아섰다. 내게도 추억할 썸머 비슷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걔다.


‘500일의 썸머’

그 남자는 지금 썸머 아닌 누군가와 연애 잘하고 있고, 나는 그 사이 몇에게 ‘썸머’소릴 듣는 사람이 됐다. 꽤 궁금하다. ‘썸머’란 도대체 어떤 종족을 말하는 걸까. 영화에서 톰은 썸머와 헤어진 뒤 멘탈이 붕괴된 채 이렇게 말한다.
“그녀랑 헤어지고 난 완전 망했어. 썸머는 지구에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유일한 여잔데. 이별의 징후를 발견하기 위해 과거의 장면들을 계속 회상하는 거 해봤지? 특별히 내 이별엔 두 가지 옵션이 있지. 그녀는 악마일거야, 아니면 감정 없는 비참한 종족. 어쩌면 로봇일지도.” 
경건한 마음으로 영화 ‘500일의 썸머’를 봤다. 두 번 봤다. 톰에게 한 번, 썸머에게 한 번 이입해서. 내 이야기들은 소중하긴 하지만 특별할 것도 없는, ‘그냥 잘 안 풀린 경험담’쯤 되더라. 영화 ‘500일의 썸머’ 스토리도 얼추 비슷하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푹 빠졌다가 차이고 다시 기운 차리기까지의 연애담. 하지만 널리고 널린 러브스토리로 치부하기엔 좀 많이 아깝고 매력적이다. 사랑의 시작과 끝, 운명론과 비관론에 이르기까지 관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썸머와 톰이라는 흥미로운 캐릭터. 사랑을 다루지만 감정과잉이나 자기연민 없이 담백하고, 위트 넘치는 화법은 경쾌하다. 
이야기에 중추적 역할을 한 스미스의 음악들 덕분에 음악 팬들에게도 사랑받은 ‘500일의 썸머’. 사려 깊게 배치된 음악들이 솜씨 좋구나 싶었는데 감독이 위져(Weezer), 그린데이(Green day), 마룬5(Maroon5) 등 유명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 감독으로 유명한 ‘마크 웹’이라고. 음악에 대한 안목 덕분인지 이 영화의 OST는 영화만큼 매력적이다.


음악 1.

- 그 장면 : # 스미스와 썸머
- 이 음악 : The Smiths -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소문만 파다했다, 예쁜 만큼 얼굴 값 한다고. 늘 훔쳐보기만 했던 그녀, 같은 사무실의 썸머. 소심남 톰으로선 도저히 넘볼 수 없는 여자였다. 어느 날 그녀가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아는 척을 한다. 톰이 헤드폰으로 듣던 음악소리가 좀 컸던 모양. 그녀는 “음악 들을 줄 아시네요. 스미스 좋아해요”하며 말을 걸어온다. 심지어 직접 노래까지 불러준다. 하필이면 이 부분. “To die by your side, Is such a heavenly way to die(네 곁에서 죽을 수 있다면, 그 얼마나 황홀한 죽음일까!)” 톰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썸머의 뒷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며 읊조린다. “오, 신이시여!” 




스미스라면 사춘기풍의 냉소와 비관을 산뜻하게 노래하기론 최고가 아닌가. 평생을 스미스 노래처럼 살아온 톰, 썸머로부터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낀다. 운명으로도 해석 가능한 우연의 찰나, 사랑은 이미 시작됐다. 톰은 그녀가 이 운명적 러브스토리에 합류하기만을 기다린다. 엄청 찌질하고 소심한 방식으로, 일테면 썸머가 지나갈 때 일부러 스미스의 음악을 트는 식. 자신의 적극적 노력을 알아주길 바라며 기다리지만 아니나 다를까, 관심 없다는 듯 스쳐가는 썸머. 뜻대로 되지 않으니 우울과 절망이다. 하지만 그 좌절감 속에서도 결코 꺼지지 않을 빛은 있다(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한 번 당겨진 희망의 불씨는 쉽사리 꺼지지 않기 마련이고, 톰은 이미 썸머가 운명의 그녀임을 확신했다. 


음악 2.

- 그 장면 : # 당신의 남자가 곧 갑니다
- 이 음악 : Regina Spektor - Here comes your man






가라오케에서의 회식. 우연인지 운명인지, 썸머는 톰의 테이블에 합석한다. 그녀가 많고 많은 테이블 중 자신의 테이블에 앉다니! 말을 섞어보니 솔직하고 담백해 매력까지 넘쳐라. 게다가 연애엔 관심 없단다. 사랑은 그저 판타지에 불과하다며 던지는 냉소. 남자 많을 것 같던 그녀, 의외로 쓸쓸한 구석까지 있다. 운명론자 톰에겐 그녀의 불신을 자신이 치유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불신자 썸머를 구원할 용사의 기세로 얼큰하게 취한 톰, 픽시스의 'Here comes your man'을 부른다. 알콜과 희망과 사랑 가득한 표정으로 힘차게 외치며. ‘오래 기다릴 필요 없어요, 당신의 남자가 이제 곧 가요, 간다고요!(You'll never wait so long, Here comes your man)’ 

음악 3.

- 그 장면 : # 썸머의 테마 
- 이 음악 : Patrick Swayze - She’s like the wind


톰은 썸머의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됐다. 웃을 때 생기는 주름, 목에 있는 하트모양 점, 말하기 전 입술을 적시는 버릇까지. 패트릭 스웨이지의 ‘She's like the wind'를 들으며 친구에게 고백한다. “이 노래는 그녀의 테마야. 그녀가 불러일으키는 감정들이 너무 좋아. 모든 게 가능할 것만 같고, 뭐랄까, 삶이 가치 있게 느껴져.” 친구는 지적한다. “징조가 매우 좋지 않군.” 

아름다운 발라드 ‘She's like the wind’는 80년대 영화 ‘더티댄싱’의 OST 수록곡이다. 영화의 인기만큼 사랑받은 이 곡은 빌보드 탑100 3위를 기록한 히트넘버. ‘더티댄싱’의 주연을 맡은 패트릭 스웨이지가 작곡과 작사에 참여하고 직접 불렀다. 여인에 대한 애끓는 사랑을 노래한 가사에 공감했는지, 톰은 이 노래를 썸머의 테마로 여긴다. 하지만 세상 가장 달콤한 러브 송이었던 썸머의 테마는 이별 후, 우주를 통틀어 가장 형편없는 곡이 된다. 톰은 진지한 관계를 원치 않는 썸머의 가벼움을 사랑했다. 하지만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것들은 종종 참을 수 없는 염증으로 변모한다, 그것도 아주 쉽게. 

음악 4.

- 그 장면 : # 사랑의 판타지가 깨질 때
- 이 음악 : Regina Spektor - Hero



썸머는 대뜸 말했다. ‘이제 우리 그만보자.’ 덧붙인 확인사살. ‘넌 여전히 내 최고의 친구야!’. 연인이라 구분지은 적은 없었지만 정황상 연인이었다. 무엇보다도 톰에게 그녀는 ‘유일’했다. 톰은 극심한 멘탈붕괴에 빠졌다. 그러던 어느 날, 더는 볼 수 없던 썸머를 우연히 회사 동료 결혼식 가는 길에 만났다. 다시 만난 썸머는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함께 춤도 췄다. 게다가 썸머의 아파트에서 열리는 파티에 초대도 받았다. 썸머와 다시 시작하리라는 기대감에 부푼 톰에겐 이미 해피엔딩의 시나리오가 전부. 하지만 현실은 너무나도 냉혹하다. 그녀의 아파트에서 톰은 수많은 손님 중 하나일 뿐. 운명의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음악 5.

- 그 장면 : # 지나고 나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이 음악 : Simon & Garfunkel - Bookends

톰은 때마다 그녀와 함께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이별의 징후들을 찾으려 매 번 돌아갔지만 이렇다 할 무엇도 없었다고 믿었다. 하지만 그 언젠가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가 흐르던 영화 '졸업'의 엔딩을 보며 하염없이 울던 썸머가 있었다. 톰은 그녀에게 왜 우는지를 물었고, 그녀는 자신이 바보 같아서 운다고 했다. 그녀의 눈물이 당황스러웠던 톰은 더 묻거나 위로하지 않았다. 그녀의 미소나 매력적인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했지만, 그녀의 슬픔은 떠올리지 못했다. 그 언젠가 썸머와 레코드 샵에 갔던 적이 있었다. 비틀즈 최고의 곡을 이야기하다가 썸머는 비틀즈 중 링고스타를 가장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다. 톰은 누구도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면박을 줬다. 썸머는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바로 그 점에서 링고스타를 좋아한다고 했고, 그건 전적으로 그녀의 취향이었다. 손을 잡으려 했지만 미묘하게 잡히지 않았던 순간. 어색한 침묵이 흐르던 언젠가. 이별통보 직전의 공기. 톰은 이별의 징후를 기억하지 못했고, 그저 일방적으로 통보 받았다고만 믿었다. 


미처 기억하지 못했던 사소함을 비로소 발견한 날, 톰의 회상장면 뒤로 사이먼 앤 가펑클의 Bookends가 흐른다. 지나간 모든 것들에게 바치는 송가 같은 노래. 책의 말미쯤에 이르러서야 깨닫는 미세한 균열들, 모르는 새 붕괴에 이르게 하는 실금들. 사실 톰은 있는 그대로의 썸머보다 선택적으로 기억된 썸머의 황홀함만을 그리워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행위 자체에 취해 그녀 자체보다는 판타지를 사랑했던 톰. 시간이 흘러 추억의 장소에서 재회한 썸머는 말한다. “톰, 운명과 사랑을 믿던 네가 옳았어. 그냥 난 너에게 맞는 사람이 아니었을 뿐이야." 

 500일의 썸머 OST


모던락과 브릿팝을 좋아하는 톰의 극중 캐릭터가 반영되기라도 하듯 선곡도 그 비슷하다. 올 5월 한국을 찾는 모리씨(Morrissey)가 가사를 쓰고 노래했던 스미스(The Smiths)의 곡이 두 곡 실렸다. 러시아 핏줄의 싱어송라이터 레지나 스펙터(Regina Spektor)는 이 OST에 세 곡이나 참여했다. 그 중 한 곡은 픽시스(Pixies)의 'Here comes your man' 커버. 픽시스의 원곡과는 달리 상큼하고 아기자기하다. 이들 외에도 도브스(Doves), 파이스트(Feist), 카를라 브루니(Carla Bruni)의 히트넘버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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